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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잡담] 호텔에 두고 온 것은 신발뿐이었을까?

2017.03.17
 

 


싱가포르 클락키 강변의 한 호텔에 신발을 두고 왔다.

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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설마 신발을 깜빡 잊고 두고 왔을 리는 없고, 여행을 나서기 전부터 이미 계획된 일이었다.
날씨가 다르니 왠지 두개의 신발이 필요할 것 같았고, 짐이 많아 들고 다니는 것은 부담되었다. 마침 버리지 못하는 신발이 많아 신발장도 꽉 찼으니 ‘신고 가서 두고 오자’ 마음 먹었다.

 


 

여행을 나서기 전 신발장을 열고 둘러보다가 허름한 한 켤레의 신발을 꺼냈다. 그리고 수년전 마지막으로 신발장에 넣었을 신발 속에 발을 넣어 보았다. 신기하게도 아직 내 발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해 주 듯.

딱 맞았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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4박 5일의 여행이 끝나고 호텔방을 나서기 전,  홀로 남은 신발에서 쉽게 눈을 떼지 못해 반쯤 연 문의 손잡이를 잡고 한참을 바라보았다.

 

20대를 함께 한 신발이었다. 두고 나오려니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.


 

“그나마 한 켤레가 두 짝이라 다행이구나”


사진 한 장 담는 의식을 치르고서야 호텔을 나섰다.

 

 

 


 

 

 

얼마 전 여행에서 찍은 옛사진들을 찾던 중 싱가포르에 두고 온 신발 사진을 우연히 발견했다. 그리고 문득 내가 그때 마음이 편치 못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. 내가 두고 온 것은 신발뿐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.

‘이십 대 후반’ 혹은, ‘삼십 대 중반의 나’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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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그곳에 두고 온 것은 ‘그 시절의 수많은 나’였다.


그때의 나는 오직 그곳에만 존재할 뿐이니, 우리는 여행지에 참 많은 것을 두고 여기까지 왔다는 것.


 

 

 

우리가 만나는 지금 시간들이 소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.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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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리의 만남이 영원히 그곳에 남아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?


fin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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